나는 누군가 내 사진을 찍으려 하면 정중히 거절하거나,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하곤 했다.
어쩔 수 없이 단체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최대한 뒷줄로 가서 다른 사람의 어깨 뒤로 얼굴을 숨겼다.

"두 번째 줄 오른쪽 끝에 계신 분, 얼굴이 안 나와요!"

사진사가 외치는 그 경고의 대상은 으레 나였다.
당시의 나는 프레임 속에 박제되는 것보다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편을 택했다.
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문득, '그때는 조금쯤 같이 찍힐 걸 그랬나' 하는 기묘한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.
결국 나는 사진 속에 없지만, 그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남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이기적으로 보관하기도 한다.